[이상운 “시”] 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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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마른 목이 물을 부른다
쏟아지는 잠을 마다하고
새벽 2시 오아시스를 찾아
16층 마켓 플레이스로 향한다

정글 풀장에 들어서자
한 사람이 묵묵히 청소를 한다

그러려니,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걷는다

뷔페식당에 들어서니
그 많던 인파는 어디로 가고
알아듣지 못하는 유럽인의 소리로
젊은 남녀 서넛 낄낄 깔깔거린다

‘늦은’과 ‘이른’의 모호한 사이
그곳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젊음을 불태우는 젊은이들은 아니었다
군소리 없이 여백을 채우며
쓸고 닦는 무명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려니, 라는 말은 양심에 밀려
목울대 속으로 쑥 들어가고 만다

누군가 즐거이 누리려면
어느 누군가는 흘려야 했을
피 땀 눈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의 쉼과 안락함은
도드라지지 않는 어떤 이들의
촘촘히 채워진 여백 덕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랬구나, 라고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2025, 8. 이상운]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
등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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