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화가/정민우 칼럼
ㅡ 정체성을 가진 한국계 정치인의 탄생을 고대하며ㅡ
□ 프롤로그
요사히 미국 정치 풍경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 전역의 각급 선거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이름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주 하원의원, 시장, 시의원에 이르기 까지, 한국계 2세들의 당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분명 반갑고 고무적인 변화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 공동체안에 던져진 진정 묻고 확인해야 할 질문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한국계 2세 정치인의 등장이, 과연 우리 공동체의 권익과 위상을 강화 시키는데 실질적으로 기여 해 오고 있는가? 그리하여 우리 공동체가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질문은 결국 한국계 미국인 1.5세와 2세들의 주류 정치권 진출이 곧바로 우리가 기대해 온 ‘주류사회 진출’로 합일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이나 허탈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까닭에 우리가 기대하는 ‘주류사회 진출’과 실제로 경험하는 아직도 열악하기 짝이없는 현지속의 우리 ‘공동체’의 현실 사이에는 사실상 깊고도 굵은 간극이 존재한다.
□ ‘진출’과 ‘흡수’의 경계
‘진출(進出)’과 ‘흡수(吸收)’는 본래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명사어’ 이다. 주류사회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유지한 채 영향력을 넓히는 것인지?, 아니면 주류사회 속에 완전히 흡수되어 용해 당해 버리는 것인지?는 분명히 구분 되어야 할 문제다.
1903년 하와이 이주 이후, 어언 123여년에 이르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 속에서, 미국 정계에 진출한 한국계 정치인이 재임 기간 동안 모국이나 한인 공동체 위상을 높히기 위해 뭔가 주목 할만한 역할을 했다는 가시적 사례는 사실상 찿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필자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유일하게 단 하나다. 몇 해 전 이곳 현지에서 일본 재외공관의 방해 공작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을 때, 당시 브룩헤이븐 시의회 소속 한국계 시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시장과 동료 의원들을 힘겹게 설득 해 결국 브룩헤이븐 시립공원 한가운데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수 있게 한 사례가 있었다. 그 기적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 바로 현재 ‘브룩헤이븐’시의 한국계 1.5세 출신인 ‘존 박(John Park/박현종)’ ‘시장 ‘이다. 그 밖에는 도무지 떠오르는 사례가 없는것이 처연한 현실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젊은 한국계 미국인 7명이 백악관 주요 보직에 임명되었을 때, 국내 주요 언론들은 그들의 활약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며 섣부른 ‘김치국’을 들이켰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8년동안 그들이 모국과 관련된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는 냈다는 전설같은 예기는 일찌기 들어본적이 없다.
이는 수 많은 한국계 2세들이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린 나이에 이주해 정체성을 충분히 형성하기도 전에 ‘미국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완전히 용해 되어버린 결과라 해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코리안 아메리칸 1.5세와 2세 엘리트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며, 동시에 우리 동포 사회가 마주한 또 하나의 아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계의 정계 진출은 계속 장려되고 지원되어야 마땅하다.
후보가 한국계라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공동체 차원에서 힘을 모아 당선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는 우리 이민 1세들의 솔직한 ‘복불복(福不福)’ 심정일 것이다. ‘비불외곡(臂不外曲)’: 팔은 결코 밖으로 굽지 않는다는 말처럼 말이다.
□ 한국계 이민 1세 후보의 도전
이런 상황 속에서 조지아 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나온 용감한 한국계 1세 여성 후보가 있어, 사뭇 그 귀추가 주목 되고 있다. 어즈버, 이민 1세 출신여성의 현지 정계 진출이 첫 사례인 까닭이다.
1992년 미국으로 이주한 미쉘 강 후보가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 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불혹을 넘긴 나이 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현지 대학교인 ‘UGA’에서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불굴의 ‘만학도’이기도 하다. 급기야 한국어와 영어 모두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전대미문’의 이민 1세대 정치인이 출현한 것이다. 세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이민 초기 세탁소 캐셔로 일하며 이민자의 서러운 삶을 직접 체험했다. 그 경험 속에서 정치가 약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그 신념이 결국 정계 진출을 결심하게 된 ‘도화선’이 된 셈이다.
또한 그녀는 힘겨운 이민생활 속에서도 한인회를 위시한 현지 동포사회의 여러 비영리 공익 단체에서 봉사하며 한인 사회의 정서와 현실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왔었다. 이러한 점에서 그녀는 일반 1.5세나 2세 정치인들과 달리 한인 사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민 1세들의 삶을 누구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출마한 지역구는 스와니와 둘루스 북서부, 그리고 슈가힐 남쪽을 포함하는 조지아 주 하원 99지역 선거구다. 이곳은 약 3,900여명의 한인 유권자들이 거주하고 있어, 전체 유권자의 약 10%를 차지하는 한인 밀집 지역 이기도 하다.
사실 그녀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선거에서 공화당 현역 2선 의원인 ‘맷 리브스’와 경선, 단 621표 차로 아쉽게 석패 했었다. 당시 동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유권자들이 조금만 더 결집했더라면 충분히 당선 되고도 남을 선거였다. 그러나 그 경험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현재 그녀는 명실공히 다음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쟁력 있는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녀가 출마한 지역에 거주하는 우리 한인 유권자 들이 마음만 먹으면 100% 당선시킬 수 있는 선거구로 인지해도 무방하다.
□ 동포 사회의 과제
안타깝게도 지난 선거 당시 그녀가 출마한 선거구에 거주하는 일부 한인들 사이에서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그녀의 낙선운동을 공공연하게 자행 했었다는 이야기도 뒤늦게 들려 왔었다. 무릇 정당과 이념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같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향한 지나친 분열과 갈등은 ‘백해무익’으로 우리 모두에게 ‘독’이 될 뿐이다.
재외 동포사회 속에서 공동체의 힘은 결국 연대와 결집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일 이겠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재 도전에 나선 미쉘 강 후보는 이민 1세의 경험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주류사회를 향해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최적화된 인물임에 틀림없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속담처럼,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만이 그 삶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 참여가 곧 힘이다
옛 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후보가 아무리 훌륭해도 유권자의 참여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 등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는 11월 선거를 위한 유권자 등록 마감일은 4월 20일 까지다.
유권자 등록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현지 비영리 법률 옹호 단체(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Atlanta) 소속 한인 자원 봉사자에게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인봉사자 연락처/678-672-8007)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없는 공동체의 영향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법이다.비록 한 표는 작지만, 그 작은 한 표가 공동체의 역사를 바꾼다.그리고 그 답은 결국 유권자 등록으로 시작되어 투표 참여 속에서 드러날 것이다.
□ 에필로그
이민 1세대의 상당수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미 고령에 접어들었거나 세상을 떠난 지금, 한국계 이민 1세 후보의 등장은 우리 공동체에 남다른 의미와 희망 이라 아니 할 수 없으리라.
까닭에 필자는 이민1세인 미쉘 강 조지아 주하원 의원 후보의 등장을, 오랜 가뭄 끝에 만난 ‘단비’ 라고 쓰고 축 당선 이라 읽으며 삼가 이 글을 갈무리 하는 바이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